언뜻 야밤에 걸어보고 싶은 충동에 미안하게도 술자리를 함께했던 친구들의 택시타고 가라는 만류를 뿌리치고 2Km정도의 짧은 거리를 걸어보았습니다. 가을 타는 걸까요. 후후.

걸으면서 이것저것 세삼 새롭게 다가오는 풍경에 잘 안 쓰는 폰카지만 찍어 보았습니다. 두루뭉술한 느낌이 나름대로 좋은 것 같습니다.

Asian Kung-Fu Generation
straightener - white room black star (stout_version)


중계동 까르프 앞 공원

꼭 정해진 시간을, 생각을 지킬 필요가 있을까? 조금쯤은 어겨보면 새로운 것들을 잔뜩~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아직 녹색의 공원이 있었습니다.
새벽 시간의 공원... 낮에는 볼 수 없었던 가로등 빛에 빛나는 녹색 잎과 여기저기 떨어지고 있는 낙엽. 좀 볼품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것만으로도 시간을 몸으로 느끼기에는 충분 했습니다.

중계동 도서관 앞 공원

내가 가는 이 길이 아무도 없다고 잘못된 길은 아닐 것이다. 난 누군가 만든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곳 역시 근처의 곧은 길.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걸어간다는 것은 인생의 불안과 닮아 있는 것은 아닐까요?

중계동 굴다리 앞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외로움에 젓어들지는 말자. 이곳엔 내가 있으니까 아무도 없는 건 아니잖아?


줄곧 왼쪽이 안쪽인 방향에서 길을 걸어갔습니다.
이 방향은 정면에서 오는 차들로 인해 역행하는 느낌도 들지만 왼쪽이 무언가로 차 있다는 것은 상당한 안도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지 저는 이런 방향으로 걷기를 좋아합니다. 역시 이대로 여자 친구가 생긴다면 왼쪽, 저는 오른쪽이겠죠? (웃음)

중계동 굴다리 안

가끔 해매일 때에는 주위를 좁히고 선을 긋고 그 선을 따라 죽 앞으로만 걸어보는 것도 방법일지도 모른다.


조금은 무서운(?) 것도 혼자 걷는 것의 즐거움이랄까요?
비록 터널안의 조금은 무섭고 힘들고 외로웠지만 터널을 빠져나오면 안도감이 들면서 가볍게 미소 지을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혼자 걷는다는 것은 인생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그런 안도감 같은 것으로 자신의 과오를 향해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역시 헛된 고뇌와 고통의 터널은 아니었겠죠.

혼자일 때 혼자라고 느낄 때... “하지만 여기엔 내가 있잖아!” 라고 생각하면 갑자기 웃음이 나오면서 생각이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결코 인생이 혼자는 아니에요. 거기엔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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