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작/번역 : 쿠로사카(黑坂)님  kurome13@navar.com


이제 와서 디지털 작업이 들어있지 않은 애니를 찾기가 더 힘들겠지만 “청의6호”로 3D와 2D를 절묘하게 접합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그 후 많은 수의 작품에서 하이퀄리티 영상을 보여준 곤조(GONZO) 스튜디오. 그 곤조에서 처음으로 오리지널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2006년 1월 7일 일본 현지 개봉했었습니다.


01

당시 곤조라는 것만으로도 “전투요정 유키카제”를 떠올리며 마니아들 사이에서 상당한 기대를 모았으며 잔뜩 부푼 기대만큼 큰 실망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품을 영상/음향/스토리의 3부분으로 나눠본다면 영상과 음향은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위에 올린 영상에도 나오는 달이 쪼개지는 장면은 작화에서 보는 이를 압도하며 상당한 긴장감을 이끌어내죠. 음향 또한 위치 헌터 로빈과 R.O.D 전시리즈에서 음악을 담당한 이와사키 타쿠인 만큼 영상에 부합하는 사운드를 연출 해 냅니다. 특히 매우 고음에서 애절함이 찌릿 찌릿 전해져오는 보이스는 ありがとう(아리가토)으로 유명한 코키아(KOKIA)였습니다. 이 작품의 영상다음으로 추천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노래에 코키아를 넣었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은발의 아기토(銀色の髮のアギト)

은발의 아기토(銀色の髮のアギト)

문제의 스토리부분에서 대부분의 마니아들은 실망을 토해내며 “괜히 봤다.” 라고 까지 말할 정도로 억지스러운 진행을 보여줍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로 인한 관객들의 평균적인 몰입도가 낮아져 버려 저 멀리 심장에서의 감동을 끄집어내기에는 너무 갑작스러운 엔딩을 보여줘 버립니다. 이야기 진행에서 중요한 사건 사이사이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하여 다음 진행으로의 개연성을 좀 더 높였더라면 심장으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감동이 기도를 타고 탄성이 되어 터졌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듭니다. 95분정도의 러닝타임인데 약 120분 정도로 스케일을 잡았으면 딱 좋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인지 95분으로는 마치 26화 분량의 TV판 작품을 극장판으로 제작하면서 스토리축약에 실패한 느낌을 들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역으로 생각해 보면 아기토가 TV판으로 재탄생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 지브리 외의 회사에서 자연에 관련된 테마를 다룬다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것 이였습니다. (사테라이트의 "지구소녀 아르주나" 라거나 등등이 있었지만... 주류는 지브리로 보인다.)  즉 지브리가 자연에 대한 시각이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곤조의 은발의 아기토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직접적으로 서로의 생명을 공유하며 공존한다. 라는 시각을 보여줍니다.

스토리 때문에 좀 극단적인 작품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곤조의 영상미와 소재의 반짝임으로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반짝이는 소재가 관객과는 동떨어진 진행을 보이지만 자신이 느낀 즐거움의 정도를 점수로 매긴다면 5점 만점에 3.5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선라이즈와 함께 베스트 벨류의 제작사인 곤조로써 오리지널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진입은 실패로 보입니다.

by   HE
AND